몬테네그로 법원, 권도형 '미국 인도' 뒤집고 한국 송환 결정
한국에서는 40년... 미국에서는 100년
권씨 측 형량 낮은 "한국행 희망"
이준성
승인
2024.03.09 06:33
의견
0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에 대한 미국 인도 결정을 뒤집고 한국으로 송환을 결정했다.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는 7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하며 "이번 결정은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이 지난 5일 권씨 측의 항소를 받아들인 것"이라며 "미국으로의 인도를 결정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결정을 무효로 하고 재심리를 명령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항소법원은 미국이 지난해 3월 27일 제출한 공문은 임시 구금을 요청하는 내용인데, 이를 범죄인 인도 요청으로 간주한 이유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28일 한국 법무부의 공문이 도착하기에 앞서 24일과 26일에 이메일로 송부된 범죄인 인도 요청서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미국 인도 결정을 뒤집고 한국 송환을 결정한 근거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권씨 측은 그동안 한국의 인도 요청 시점이 미국보다 앞섰고, 권씨의 국적이 한국인 점을 근거로 한국 송환을 주장해 왔다. 권씨가 한국행을 강력하게 요구한 건 두 나라의 양형 차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 피해자들은 권씨가 미국으로 인도되길 희망해왔다. 권씨는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으로 투자자들에게 50조원 이상의 피해를 준 주범이다. 테라·루나 코인 폭락 가능성을 알고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코인을 계속 운영했고, 폭락 직전인 지난 2022년 4월 말 출국해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에 머물다 같은 해 9월 아랍에미리트(UAE)를 거쳐 동유럽 세르비아로 도주했다. 이후 몬테네그로로 넘어왔고, 지난해 3월 23일 현지 공항에서 가짜 코스타리카 여권을 소지한 채 두바이로 가는 전용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권씨 측이 고등법원의 미국 인도 결정에 불복한 끝에 한국 송환 결정을 끌어낸 만큼 재항소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법원은 "판결문을 받은 이후 사흘 이내에 항소할 수 있다"며 "변호인단이나 검찰이 항소하지 않으면 며칠 안에 한국으로 송환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인도국 결정에 최종승인 권한을 가진 법무장관의 판단이 변수로 남아 있다.
저작권자 ⓒ 정경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